2023학년도 후반기 교수 퇴임식 개최,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여정을 향해
엄익상 교수, "청춘들과 함께 해 행복했던 33년"
김정룡 교수, "학생들이 성장을 중심에 둔 연속된 삶을 살아가길"

한양대가 지난달 27일 서울캠퍼스 HIT관에서 '2023학년도 후반기 교수 정년 • 명예 퇴임식'을 개최했다. 이번 퇴임식에는 대학 관계자와 가족, 동료, 제자가 참석해 퇴임 교수 27명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이기정 총장은 퇴임 교수에게 일일이 감사패를 수여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사회적인 공을 세운 일부 교수에게는 훈장과 국무총리상도 함께 전달했다.

▲ 2023학년도 후반기 교수 퇴임식이 지난달 27일 서울캠퍼스 HIT 관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퇴임 교수들과 이기정 총장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2023학년도 후반기 교수 퇴임식이 지난달 27일 서울캠퍼스 HIT 관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퇴임 교수들과 이기정 총장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한양에서의 시간을 함께한 제자와 동료 교수는 퇴임교수 기념 영상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영상은 교수님 하면 떠오르는 에피소드, 교수님이 사랑스러워 보이는 순간과 같은 유쾌한 질문으로 구성됐다. 사랑의 실천자를 배양한 교수들에게 행사장을 찾은 모두가 존경의 박수를 보냈다. 축하공연으로 한양대 성악과 중창단이 스승의 은혜와 축배의 노래를 선보였다.

이기정 총장은 축사를 통해 "퇴임식은 맞닥뜨렸던 도전과 시련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오신 교수님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다"고 말했다. 이어 퇴임 교수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며 새로운 도전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총장은 "인생은 끊임없는 시작과 마무리의 연속이다"며 "새로운 꿈과 여정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고 그 여정에서 또 다른 성취를 얻게 되실 것이다"고 응원했다. 끝으로 "앞으로 펼쳐질 아름다운 페이지에 한양대가 친구가 돼 함께 길을 떠나겠다"며 진심 어린 존경을 표했다.

퇴임 교수들도 한양에서의 추억에 대한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엄익상 서울캠퍼스 중어중문학과 교수와 김정룡 ERICA캠퍼스 ICT융합학부 교수를 만나 한양에서의 회고를 함께 나눴다.

 

엄익상 교수, 중국 언어학계를 향한 끝없는 열정

▲  엄익상 중어중문학과 교수가 옥조 훈장과 감사패를 수여받는 모습. 중국 언어학계에 남긴 엄 교수의 공로가 인정받는 순간이다.
▲  엄익상 중어중문학과 교수가 옥조 훈장과 감사패를 수여받는 모습. 중국 언어학계에 남긴 엄 교수의 공로가 인정받는 순간이다.

엄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OSU), 강원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를 거쳐 13년 차 되는 해에 한양대에 부임했다. 그는 "가는 학교마다 신인 교수의 마음으로 강의하고 연구하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근무하고 연구하는 과정만큼은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상임 중어중문학과 부교수는 엄 교수에 대해 "퇴임을 1년 앞둔 시점에서도 끝없이 공부하셨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시는 분이다"고 전했다. 엄 교수가 중국 언어학계에 남긴 헌신과 열정은 모든 동료와 제자들에게 좋은 자극제로 남았다.

퇴임을 앞둔 시점까지도 엄 교수는 중어중문학과에 대한 애정이 가득 차 있었다. 그는 한양대 교수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로 대학원 육성 프로그램인 '제2기 BK21(인재 양성 지원사업)'을 따낸 순간과 '국제 중국 언어학회 제23차 연례대회'를 진행한 순간'을 꼽았다. 두 계기는 한양대 중어중문학과가 이름을 알리는 데 일조했다.

엄 교수가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시기의 영향이 컸다. 그는 "1977년에 중어중문학과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학과를 졸업한 후 취직할 수 있는 기업이나 일자리가 많지 않았다"며 "그러나 중국의 개방 이후 한국과 중국의 무역량이 늘어나는 시기에 교수로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중국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시기에 교수를 할 수 있어 굉장히 축복받았다"며 감사를 전했다.

 

"청춘들과 함께 한 33년의 놀이터, 행복했다."

▲ 엄 교수는 교수로서의 대학 생활을 "성장하는 청춘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엄 교수는 교수로서의 대학 생활을 "성장하는 청춘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교수로서의 대학 생활을 '청춘들과 함께 한 놀이터'로 정의했다. 그는 10여 년 전 모 대학 교수가 쓴 칼럼에서 봤던 인상적인 글을 떠올렸다. "교수라는 직업이 가진 좋은 점은 평생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과 근무할 수 있는 유일한 직장이다"는 말이다. 그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가 20대다"며 "미국과 한국의 여러 도시에 있는 청춘들과 함께 고민하고 대화하며 생활할 수 있었다는 것이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재작년에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10년 장기 과제 연구비를 받았다. 엄 교수는 향후 개인 연구실에서 '한국 언어접촉과 한국 한자음 변천사'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4년 내로 그간의 연구를 심화한 내용의 책을 발간할 계획이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회인으로 성장하길"

엄 교수에게 한양대는 축복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그는 한양대 학생들에게 한가지 당부의 말과 함께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굉장히 우수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었다는 것에 선생으로서 큰 축복이었고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요즘 학생들이 개인적인 업적에만 자신을 가두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시야를 넓혀 나보다 어려운 여건에 처한 사람, 공부 환경이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배려를 더욱 키우길 바라요. 한국에서 세계로, 본인의 능력을 타인을 돕는 데 사용하는 인재로 커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정룡 교수, 인간공학을 향한 불굴의 전진

▲ 김정룡 ICT 융합학부 교수(오른쪽)가 감사패를 수여받는 모습이다. 김 교수는 인간 공학자로서 '인간이 이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 김정룡 ICT 융합학부 교수(오른쪽)가 감사패를 수여받는 모습이다. 김 교수는 인간 공학자로서 '인간이 이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김 교수는 한양대 서울캠퍼스 기계공학과 77학번 동문이다. 한양대 서울캠퍼스 산업공학과 교수를 거쳐 ERICA캠퍼스 ICT 융합학부 교수, 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 과장을 역임했다.

한양대와 연이 깊은 교수는 부전공으로 심리학과 의학을 선택하며 융합학자의 길을 걸었다. 그는처음에는 융합 학문을 통해 어떻게 학생들을 사회에 진출시킬 것인지에 대한 주변의 의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창의 융합형 인재를 필요로 한다. 그는 "남들이 하지 않은 인간공학이라는 융합 학문을 꿋꿋이 지켜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며 "환경과 시대적인 흐름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교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세 가지 꼽았다. "첫 번째  ICT 융합학부 미디어 테크놀로지 전공이 취업 최우수 학과로 선정된 것, 두 번째는 1회 상담실장으로 ERICA캠퍼스 학생들을 위한 상담실을 만든 거예요. 마지막은 한국인 인체 치수 조사 사업을 최초로 실시한 것입니다." 그는 인간 공학자로서 모든 학생과 많은 사람이 이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끝없이 전진했다.

 

"교수라는 여정 ,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며 나아갈 것"

교수는 "교수로서의 대학 생활은 마틴 루터 킹 주니어(Martin Luther King Jr.) 목사가 말한 '소명'과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신의 뜻이든 부모의 뜻이든 내가 보내진 곳이고, 사명을 다해야 하는 곳이라 생각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소년 시절의 꿈을 다시 찾아보려고 한다.   교수는 "학창 시절 때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며 "1~2년 동안은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중년 아저씨들을 위한 산문시를 쓰려고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그는 인간 공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는 중학교 때 배웠던 기타를 다시 쳐 보고자 기타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그간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면서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 내 마음이 어디로 움직이는지에 주목해 나아갈 생각이다"며 앞으로의 다짐을 전했다.

 

"세상을 향한 본인만의 관점을 찾아 당당히 도전하길"

김 교수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도전하며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렸다. 그는 "본인만의 삶을 찾아가려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조언을 남겼다.

"인생은 죽을 때까지 자기 성찰하고, 자기 계발하고, 주변의 관계를 좋게 하는 일을 연속선상에 살아야 하는 같아요. 입시나 취업이라는 시점의 사건별로 인생을 계획하지 말고, 본인의 성장을 중심에 두며 연속된 삶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세상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관점이 아닌, 각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젊은이들에게 실패란 없어요. 다만 경험이 있을 뿐이죠. 그러니 절대 좌절하지 말고 나쁜 말에 현혹되지 마세요. 정말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대학 시절을 보낸다면 이후의 삶도 훨씬 풍요로워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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