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 미스월드코리아 탁희정(무용학·10)
|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름다운 발레 동작에 스튜디오가 술렁였다. 활짝 웃다가도 발레 동작을 할 때면 진지해지는 눈매에서 그녀가 얼마나 발레를 사랑하는지 절로 느껴졌다. 꼿꼿이 서 있는 동작에서 내면의 강인함까지 엿보인다. 발레리나인 탁희정(예명 백설아)(무용학·10) 동문이 2014 미스월드코리아 3위를 수상한 것은 아마 심사위원들이 이런 아름다움과 강인함의 조화를 엿보았기 때문이었으리라. 에디터 박혜지 | 사진 김민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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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Talk 운명처럼 다가오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연수생으로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길을 걷고 있는 탁희정 동문.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한국무용을 배우다 중학교에 올라와서야 본격적으로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시작은 늦었지만 월등한 신체 조건과 빠른 습득력 덕분에 실력이 쑥쑥 향상됐다. 발레는 그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지만 이따금씩 찾아오는 슬럼프가 문제였다. “사춘기 때였어요. 동작을 해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더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답답했죠.” 첫 번째 슬럼프는 그렇게 찾아왔다. “너무 힘들어하니 어머니가 100일 동안 교환 일기를 쓰며 함께 극복하자고 제안하셨어요. 하루하루 일기를 쓰다 보니 마음의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더라고요. 다시 토슈즈를 신었을 때 발레를 사랑하는 마음이 새롭게 샘솟았어요.” 마음을 다잡고 한양대학교 무용학과에 들어온 탁희정 동문. 다시 날아오르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허리 부상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발레를 그만두라는 뜻인가 싶기도 하고요.” 발레를 할 수 없을 때도 그녀는 발레공연의 진행 요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발레 주변을 맴돌았다. “그때 처음 무대에 오른 발레리나의 모습을 관객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 같아요.” 그날따라 유난히 마돈나의 모든 동작이, 발끝이, 공연이 그렇게 좋을 수 없더란다. “발레가 간절하게 하고 싶은 거예요. 발레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재활 치료에 최선을 다했어요.” 그렇게 발레는 운명처럼 다가왔고 탁희정 동문은 졸업도 하기 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했다.
미스월드코리아 Talk 새로운 도전에 설레다
유니버설발레단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가던 그녀. 어느 날 문득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참여하던 발레 공연이 마무리되자 탁희정 동문은 미스월드코리아에 지원서를 냈다. “사실 될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그저 새로운 도전이 하고 싶었다는 그녀는 1차 서류 심사와 2차 면접까지 단숨에 합격 도장을 받았다.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스스로 진지해지고 욕심이 나더라고요. 공연 <호두까기 인형> 속 배역으로 무대에 오른 것이 아니라 온전히 저를 드러내는 것이잖아요. ‘잘해야겠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가 신청했던 미스월드는 세계 3대 미인대회로 손꼽히며 아름다움뿐 아니라 인품까지 꼼꼼하게 보기로 소문난 대회로 경쟁률도 치열했다. 최종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35명의 경쟁자들 또한 모두가 쟁쟁한 실력을 갖춘 이들이었다. 발레는 그곳에서 그녀를 돋보이게 해줬다. 당당한 워킹과 포즈는 곧고 바른 발레의 동작에서 도움을 받았고, 여러 명이 함께 춤을 춰야 하는 단체 무대에서는 유니버설발레단에서 군무를 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개인 무대를 준비할 때 도움이 되었어요. 안무를 짜서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발레를 섞어보았는데 그게 심사위원들과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같아요.” 그녀는 2014 미스월드코리아 3위로 탁희정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를 잊지 못할 인생의 기억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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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Talk 두 가지 갈래를 모두 움켜쥐다
도전을 통해 걸어온 발레의 길을 더 단단하게 다져온 탁희정 동문이지만 이번 도전이 주는 의미는 조금 색다르다.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이다. 현재 그녀는 ‘대중이 발레를 친근하게 생각하도록 다가가는 사람’이 되려 한다. 순수예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발레를 어렵게만 여기는 것이 못내 아 쉬웠다고. 이제껏 걸어온 발레의 길을 놓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도전까지 한 번에 움켜잡은 셈이다. 이번 미스월드코리아를 기점으로 그녀는 누구나 한 번 듣고 기억하기 쉬운 ‘백설아’라는 이름으로 바꿔 활동할 예정이다. 앞으로 엔터테이먼트와 발레계를 종횡무진 누빌 그녀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