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형구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사무총장(건축공학과·77)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테스트 이벤트인 스키활강 세계월드컵대회는 정선경기장 곤돌라 건설의 차질로 인해 위기 상태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스키연맹(FIS)은 물론 국내 언론이 내다보는 전망은 흐릴 수밖에 없었다. 조직위원회 내부에서조차 마찬가지. 그런데 이 위기를 극복해내고 평창동계올림픽의 첫 테스트 이벤트를 정상 궤도에 되돌려놓은 이가 있다.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 출신으로 지난해 11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부임한 여형구 사무총장이다.

글. 노윤영
사진. 안홍범

 

평창올림픽을 구하라!

 

   
▲ 여형구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사무총장(건축공학과·77)에게 평창올림픽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원도 남부에 위치한 평창은 면적 1,464.16km²의 작은 도시다. 해발 700m 고원에 위치해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며 4만 3,500여 명이 모여 살고 있다. 2년 후면 이 작은 도시를 비롯해 정선 등 강원도 지역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이 열린다. 이제 2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최초의 뜨거웠던 반응에 비해 관심이 예전만 못한 게 사실. 김연아와 쇼트트랙이 유명할 뿐 동계올림픽 자체를 낯설어 하는 이들도 많다. 평창올림픽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조직위원회 서울사무소를 찾아 여형구 사무총장을 만났다.

 

“평창올림픽은 2018년 2월에 패럴림픽(신체적·감각적 장애가 있는 운동선수들이 참가하여 펼치는 올림픽경기대회)과 함께 열립니다. 지금은 대회를 준비하고 점검하는 테스트 이벤트가 열리고 있어요.” 테스트 이벤트는 올림픽을 사전에 점검하는 대회로, 세계월드컵대회 또는 세계선수권대회로 이루어진다. 평창올림픽 준비 과정을 점검하면서 그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시행착오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동안 평창올림픽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었을까?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전망은 밝지 않았다. 경기장 건설이 지연되고 있었기 때문. IOC와 국제스키연맹은 물론 국내에서도 부정적인 시선이 가득했다. 여형구 사무총장이 지난해 11월 처음 부임했을 때 마주했던 상황이다. 그에게 주어진 미션은 ‘평창올림픽을 구하라’였다.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지역은 기상 이변이 심하고 고산 지형이라 경기장 건설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조건이 열악한 데다 동계올림픽이 처음이다 보니 더 쉽지 않았지요.”

 

   
▲ 여 동문은 ‘정선경기장의 곤돌라 건설 지연’이라는 첫 번째 난관을 전체가 아닌 문제가 있는 부분들만 재시공하고 구조적으로 보강하는 대안을 제시해 극복했다. 그의 대안은 긍정적인 극적 반전을 일으켰다.

 

가장 큰 문제는 정선경기장의 곤돌라 건설 지연이었다. 그간 여러 이유로 공정이 늦어진 데다 공사 현장이 연약 지반이라 레미콘 차량 등 장비 투입이 불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콘크리트 시공 문제도 발생했다. 코너에 몰릴 대로 몰린 상황. “곤돌라 기둥이 일부 변형돼 있었어요. 건설에 참여한 외국 업체에서는 전체를 재시공하자고 했지만, 그러면 2월 초 세계월드컵대회에 맞출 수 없으니 다른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여형구 사무총장이 제시한 대안은 전체가 아닌 문제가 있는 부분들만 재시공하고 구조적으로 보강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반대하던 외국업체도 이 대안에 대해 동의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연말과 연초, 명절 분위기는 느낄 틈도 없었다. 하지만 현장 직원 모두 ‘하나 되어’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곤돌라 운영상 기술적으로 안전하다는 최종 검증을 받을 수 있었다. 곤돌라 문제에 이어 눈 만드는 작업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제설 기능을 극대화시켜 문제를 해결했다. 검증과 테스트에 나선 IOC와 국제스키연맹은 경기장 코스뿐 아니라 눈의 양과 질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극찬을 보냈다. “언빌리버블!” 어두웠던 전망에 햇살이 비치는 순간이었다. “성공적인 검증을 마치고 나니 주변 반응이 달라지더군요. IOC와 국제스키연맹은 물론 국내외 언론 모두 호의적으로 바뀐 거지요. 그야말로 극적인 반전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현재를 보여줄 평창올림픽

 

   
▲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 동문은 ‘국민의 관심’을 꼽았다.  

큰 위기를 넘긴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여형구 사무총장은 인프라와 운영 능력, 국민의 관심을 꼽는다.

 

“인프라는 경기장과 도로, 철도, 숙박 및 편의시설이 모두 포함돼요. 경기장 12개는 올해 말에서 내년 초면 완공될 예정이에요. 또한 제2영동고속도로가 내년에 개통될 예정이고, 총 120.7km 길이의 원주-강릉 간 고속 철도도 내년 말 완공될 계획입니다. 그 밖의 시설들도 내년이면 완공될 거고요.”

 

여형구 사무총장이 두 번째로 꼽은 운영 능력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우리나라에서 동계올림픽이 처음 열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조직위원회는 국제 연맹 기준에 맞춰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관심입니다. 그게 없으면 결국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니까요. 이를 위해 언론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지하철과 공항 및 도로 광고, 유튜브와 SNS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동계올림픽 경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조형물과 체험관, 홍보관도 계속 조성할 계획이에요.” 여형구 사무총장은 평창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재’를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글로벌 리더 국가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되는 셈이다.

 

대한민국 리그 최고의 해결사가 되기까지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여형구 사무총장은 기술직 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35년 동안 건설교통부와 국토해양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김포국제공항과 인천국제공항 건설, 국내 최초의 SOC 민자 유치이자 외자 유치사업인 인천공항 고속도로와 인천대교, 공항 신도시, 호남고속철도 개통, 수서발 KTX 개통을 위한 철도 경쟁체제 완성 등 굵직한 메가 프로젝트가 그의 손을 거쳤다. 사람들은 그를 위기 극복에 능한 ‘해결사’라 부른다. 그의 이런 능력은 어떻게 길러진 것일까?

 

   
▲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여형구 사무총장은 기술직 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35년 동안 건설교통부 등 정부 부처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여 동문은 ‘언제나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숙명이라고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한양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그는 언제나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숙명이라고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했다.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우직하게 밀어붙였다. 현장을 중시하는 그의 스타일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스스로 책임지고 최선을 다하려면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정책이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으려면 국민들이 실제로 원하는 게 무엇이고, 정책에 대한 반응은 어떤지 직접 현장을 확인해야 하니까요.”

 

여형구 사무총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신뢰한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언제나 현장을 찾아 무엇이 정말 필요한지 판단하고 결정해왔다. 확신이 있었기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했고, 언제나 현재를 주시하기에 변화와 혁신을 거듭할 수 있었다.

 

여형구 사무총장은 한양대 후배들에게 도전의식과 열정,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피하지 말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열정은 필수고요. 더불어 강조하고 싶은 건 융통성입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반드시 이래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융복합적 지식과 사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다양한 지식을 쌓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여형구 사무총장은 이어 청년 취업난을 언급하며, 취업의 눈을 세계로 돌려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UN 산하 기구나 국제기구 같은 곳에도 한국 학생들이 취업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출신 학교는 못 바꾼다는 말이 있지요.”

 

여형구 사무총장은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덧붙였다. 선배, 동문들과 함께 토목관 5층 빈 교실에서 숙식하며 고시를 준비했던 그는 학교의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웃는다.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 나서고 싶다며 애교심을 드러내는 여형구 사무총장. 해결사가 된 그의 밑바탕에는 학창 시절 쌓아놓은 지식과 마음가짐이 튼튼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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