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학과 선양국, 이윤정 교수 연구팀

한양대에 큰 별이 떴다? 얼마 전 한양대학교 에너지공학과 선양국 교수와 이윤정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고효율의 리튬공기전지 양극 소재를 개발해 화제가 됐다. 이는 미국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로 이루어진 것. 이번 연구는 리튬공기전지 시장의 패러다임을 뒤바꿀 만한 ‘대단한 발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드론 등 다방면에 활용될 리튬공기전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선 교수와 이 교수를 만나봤다.

글. 노윤영
사진. 안홍범

 

<고민과 노력과 치열함으로 일군 ‘발견’>

 

   
▲ 왼쪽부터 에너지공학과 선양국, 이윤정 교수.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선양국 교수와 이윤정 교수 연구팀이 얼마 전 세계 최초로 고효율 리튬공기전지 양극소재를 개발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작년 가을, 글로벌 자동차 업체인 테슬라가 한 번의 충전으로 407km를 주행하는 전기자동차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꿈’이라고만 여겨졌던 전기자동차가 우리의 현실 세계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용화된 전기자동차에는 몇 가지 문제들이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에너지 공급원인 배터리. 현재는 리튬이온전지가 대중적으로 통용되고 있는데, 한 번 충전으로 오래 달릴 수 없어 자주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때문에 리튬이온전지를 뒤이을 차세대 2차전지(충전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연구가 시작됐다.

 

   
▲ 선양국 교수는 2006~2007년 리튬공기전지 연구를 시작한 이래 420여 편의 국제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로, 현재 리튬 2차전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다.

 

그런 와중에 놀라운 소식이 우리를 반겼다.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선양국 교수와 이윤정 교수 연구팀이 얼마 전 세계 최초로 고효율 리튬공기전지 양극소재를 개발해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이다. 리튬공기전지는 대표적인 차세대 2차전지로 손꼽힌다. 선 교수는 2006~2007년 리튬공기전지 연구를 시작한 이래 420여 편의 국제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로, 현재 리튬 2차전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다. 이 교수는 2011년 한양대로 부임해 선 교수와 함께 2차전지 연구를 시작했다. 그들의 연구 성과는 지난 1월 12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 <네이처> 온라인 판에 소개됐다. 세간에 화제를 모은 이 연구는 미국 연구팀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선 교수와 이 교수 연구팀은 리튬공기전지의 소개 개발에 집중했고,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가 이들의 연구를 분석하면서 새로운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리튬공기전지는 리튬 소재를 음극으로, 공기 중 산소를 양극으로 하는데, 기존의 리튬이온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주행거리가 길다. 이 교수에게 리튬공기전지의 원리와 연구 내용에 대해 들어봤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연료로 석유를 넣지요? 석유 대신 공기를 넣는 거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워요. 리튬과 공기가 만나면 리튬 과산화물(Li2O2, 산소와 리튬이 결합된 화합물)이 만들어지는데, 이때 에너지가 나와요. 산소와 리튬에 담겨 있는 에너지를 쓰는 것이지요. 리튬공기전지는 리튬이온전지보다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기 때문에 차세대 2차전지로 손꼽힙니다.”

 

   
▲ 이윤정 교수는 2011년 한양대로 부임해 선 교수와 함께 2차전지 연구를 시작했다. 그들의 연구 성과는 지난 1월 12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 <네이처> 온라인 판에 소개됐다.

 

하지만 기존의 리튬공기전지는 전기자동차에 도입하기엔 한계가 분명했다. 방전 시 생성되는 리튬 과산화물이 전력 충전 과정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았던 것. 잘 분해되지 않으면 전력이 충전될 수 없다. 이 문제가 전지의 효율 및 수명을 떨어뜨리면서 리튬공기전지 상용화의 걸림돌이 되어 왔다. 반면 선양국 교수와 이윤정 교수 연구팀은 리튬 과산화물이 아닌 리튬 초산화물(LiO2)을 이용해 이를 해결했다. 리튬 초산화물은 리튬 과산화물보다 분해가 더 잘됐고, 그만큼 에너지 효율도 높아졌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가 우연에서 출발했다며 웃었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다 우연히 리튬공기전지의 양극 소재에 적합한 물질을 발견했는데, 미국 연구소 측의 정밀한 분석을 거쳐 연구 물질의 적합성이 증명된 것이다. 물론 연구를 향한 끊임없는 열정과 끈기가 그들을 도운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없었다면 그런 ‘우연’은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하라!>

 

   
▲ 선양국 교수는 “저희가 개발한 리튬공기전지를 활용한다면 이론적으로는 8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며 “상용화는 10년 후쯤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Q. 선 교수와 이 교수가 개발한 리튬공기전지를 활용하면 전기자동차는 한 번의 충전으로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을까?

 

“저희가 개발한 리튬공기전지를 활용한다면 이론적으로는 8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어요. 현재 현대자동차와 공동 연구 과제를 수행 중인데, 2018년이면 어느 정도 목표가 실현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요. 상용화는 10년 후쯤으로 내다보고 있고요.”

 

Q. 이 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된다면 리튬공기전지는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밖에 리튬이온전지를 대신할 만한 2차전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리튬이온전지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 리튬을 따라올 물질은 없어요. 리튬은 아주 가벼운 데다, 다른 물질과 반응할 때 아주 큰 전압을 내는 물질이거든요. 에너지 밀도와 용량을 생각해봤을 때 리튬만 한 게 없죠. 물론 소듐, 마그네슘, 아연, 황 등 다양한 물질을 활용한 2차전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리튬의 에너지 밀도를 따라올 물질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어요. 리튬을 활용한 전지 연구가 계속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지요.”

 

선양국 교수와 이윤정 교수가 개발한 리튬공기전지는 향후 미래에 전기자동차와 스마트폰 등 여러 방면에 활용되며 주행거리와 사용 시간 등의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로 뻗어나가는 계단>

 

   
▲ 이윤정 교수는 “리튬공기전지가 상용화된다면 우리 삶이 한층 편리해질 것”이라며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에 활용돼 향후 대중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Q. 자원 고갈과 환경 문제, 안정성까지 문제로 떠오르면서 2차전지에 대한 연구는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차전지 시장의 선점은 곧 미래의 선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술력은 어느 정도일까?

 

“미래 전지 연구에 투자를 많이 하는 미국과 일본이 단연 앞서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많이 따라잡았지요. 젊은 연구자들의 열정 덕분이에요.”

 

선양국 교수는 리튬공기전지가 상용화되려면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점들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리튬공기전지가 상용화된다면 우리 삶이 한층 편리해질 겁니다. 스마트폰에 리튬공기전지가 도입된다면 한 번 충전만으로 일주일 이상 사용할 수 있을 거예요. 전기자동차의 경우에도 리튬이온전지를 이용한 것보다 10배 이상 주행거리가 길어질 테고요. 대중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으니 최근 불거진 환경 문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요.”

 

Q. 미래를 100%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노력과 끈기로 연구하고 분석하며 미래에 한 걸음 다가서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선양국 교수와 이윤정 교수는 바로 그것을 아는 연구자들이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꿈꾸며 ‘연구’라는 드넓은 강을 건너고 있는 것일까?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연구 결과물이 널리 쓰여, 인류와 우리가 사는 세상에 공헌하는 것 아닐까요? 제 연구의 지향점 역시 거기에 있어요. 우리나라의 배터리 경쟁력에 보탬이 되는 것 역시 중요한 연구 목표 중 하나겠고요.”(선양국 교수)

 

“미국 MIT에서 공부할 때 친하게 지낸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논문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단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를 하고 싶다’고요. 교수님을 통해 우리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연구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분의 자세를 보며 많은 걸 배웠지요. 저 역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연구를 계속해 나갈 거예요.”(이윤정 교수)

 

미래 사회에서 전기자동차는 사람의 손과 발, 눈을 대신할 것이다. 그리고 배터리는 이를 가능케 하는 핵심 기술이다. 선진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어마어마한 투자와 관심으로 탁월한 성과를 내놓고 있다. 그만큼 신기술에 대한 열망과 경쟁도 치열하다. 이럴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앞에 두어야 할 것은 ‘끈기’라는 두 글자가 아닐까. 이윤정 교수는 대학 시절 은사가 전했던 말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아흔아홉 번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백 번째 연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양대에 뿌리를 두고 있는 선양국 교수와 이윤정 교수 연구팀은 지금도 그 두 글자를 새긴 채 미래로 향하는 2차전지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들이 만들고 있는 것이 어쩌면 미래로 뻗어나가는 계단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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