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 개최

똑똑한 자동차를 꿈꾸다

 

검은색 차선이 그려진 하얀 도로를 작은 자동차들이 질주한다. 누가 조종하는 것도 아니건만, 알아서 차선을 유지하고 복잡한 길도 척척 나아간다. 심지어 특정 구간에서는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고, 장애물 앞에서는 스스로 멈춰 서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똑똑한 자동차, 지능형 모형차라면 가능하다. 제 13회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를 유한열 연구원(일반대학원 자동차공학 석사과정)과 함께 자세히 살펴봤다.

 

똑똑하다. 지능형 모형차

 

지난 16일 오전, 서울캠퍼스 올림픽 체육관에서 2015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가 개최됐다. 200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자신의 지능형 모형차 설계능력을 겨루는 대회이다. 주어진 코스를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완주하는 것이 이 대회의 주요 평가 기준이며, 코스를 완주하는데 걸린 시간을 측정하여 순위를 정하게 된다. 올해 대회에는 총 108개 팀, 500여 명이 참가했으며, 예선과 본선을 통해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지능형 모형차란, 내장형 전자제어 시스템이 설치된 모형차를 의미한다. 흔히 임베디드 PC(Embedded PC)라고도 불리는 내장형 전자제어 시스템은 지능형 모형차에 탑재되는 일종의 작은 컴퓨터로, 모형차에 인공지능을 부여하는 두뇌 역할을 수행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지능형 모형차는 차선유지, 거리조절, 속도조절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모형차의 차체와 차선을 인식하는 라인 스캔 카메라, 그리고 이를 연산할 수 있는 임베디드 PC를 지급 받았으며, 주행에 필요한 알고리즘을 설계하여 지능형 모형차를 자유롭게 제작하도록 주문 받았다. 다만 구동 모터와 차체 등의 하드웨어가 모형차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정한 제약은 있었다. 이번 대회의 진행을 맡은 유 연구원은 “학생들이 과도하게 하드웨어로 경쟁하지 않도록 너무 높은 수준의 부품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고 밝혔다.

 

지능형 모형차의 두 가지 핵심기술

 

지능형 모형차는 어떻게 자동으로 주행이 가능할까? 우선, 라인 스캔 카메라를 통해 차선을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라인 스캔 카메라는 말 그대로 주행 코스를 인식하는 카메라로, 적외선으로 도로의 밝기를 측정하여 차선의 유무를 판단한다. 밝기를 통해 차선을 인식하다 보니 대회장의 조명이나 그림자 등에 따라 인식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차체에 LED등을 설치한 팀도 다수 있었다. 모형차 주행의 핵심은 바로 차체에 탑재된 내장형 전자제어 시스템이다. 라인 스캔 카메라를 통해 인식된 차선에 대한 정보는 내장형 전자제어 시스템을 통해 연산된다. 내장형 전자제어 시스템은 차선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바퀴의 조향과 주행속도 등을 결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모형차가 주행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모형차들이 낼 수 있는 속도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드웨어에 많은 차이가 없기 때문이죠. 결국 내장형 전자제어 시스템을 얼마나 잘 설계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어떻게 프로그래밍 하느냐에 따라 기록이 많이 달라져요. 정말 준비를 많이 한 팀은 모형차가 코너를 도는 각도까지 계산해 프로그래밍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매년 개최되고 있는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는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기술의 적용과 다양한 미션을 요구하는 것이 특색이다. 예를 들어 2013년에 열린 제 11회 대회에서는 앞 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유지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mart Cruise Control) 기술과 자동주차 기술을 주요 평가기준으로 제시했으며, 작년과 올해 대회는 차선유지제어(LKC, Lane Keeping Control) 기술과 자동긴급제동(AEB, Autonomous Emergency Breaking) 기술의 구현이 미션으로 주어졌다. 차선유지제어 기술은 모형차가 스스로 차선을 인식하고 경로를 유지하는 기술로, 각 지능형 모형차가 경로를 유지하며 얼마나 빠르게 코스를 완주했는지를 평가했다. 또한 자동긴급제동 기술은 모형차가 전방의 장애물을 스스로 인식해 제동하는 기술로, 직육면체 모양의 장애물을 모형차가 자동으로 인식하고 제동할 수 있는지를 평가했다.

 

이번 대회는 기본적으로 코스를 빠르게 주행하는 것이 관건이었지만, 자동차를 다루는 대회인 만큼 ‘안전’에 더 주안점을 뒀다. “얼마나 좋은 기록을 냈는지도 중요하게 평가했지만, 그보다 ‘안전’에 더 중점을 두고 판단해서 차선을 이탈하거나 장애물과 충돌한 모형차는 바로 실격으로 처리됐습니다. 비록 모형차긴 하지만 결국 자동차를 다루는 대회이고, 차선 유지나 긴급제동 등의 기술은 다른 무엇보다 안전에 중점을 두는 기술이니까요.”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 된다

 

총 108팀이 예선과 본선을 통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 끝에, 2015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의 대상은 금오공대의 ‘ESC’팀이 차지했다. 이에 따라 ‘ESC’팀은 올해 9월에 독일에서 열리는 ‘제 2회 월드컵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할 자격을 얻게 됐다. 월드컵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는 우리 대학이 선도하여 만든 국제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로, 지난해 제 1회 대회를 우리 대학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대상 1000만원, 대회 전체 2700만원 규모의 상금이 지급됐으며 BMW Korea, Mathworks korea, Freescale Semiconductor Korea, 만도, Continental Korea등 유수의 기업들과 산학협동재단 (이사장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대회 후원을 자청하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비록 제한된 공간에서 작은 모형차로 진행되는 대회이지만,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는 실제 자동차 시장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신기술들을 학생들이 직접 구현해본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물론 모형차를 설계해 봤다고 해서 그 기술을 바로 실제 자동차 제작에 적용할 수는 없어요. 애초에 대회를 만든 취지도 어떤 기술의 구체적인 개발보다는 미래의 인재를 양성해 낸다는 것에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산업에서 사용되는 기술들을 직접 활용해보는 경험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을 쌓고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유 연구원은 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주문했다. “작년과 올해에는 차선유지제어 기술과 자동긴급제동 기술을 다뤘지만, 앞으로는 또 다른 기술들을 다양하게 접목시켜 볼 생각입니다.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앞으로 더욱 많이 참가해서, 좋은 경험을 쌓게 되길 바랍니다.”

 


정우진 기자wjdnwls@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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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설비 기자sbi444@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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